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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INTJ 여자 그냥 한번 써보는 짤막한 인생일대기

부기능이 어쩌고 이런 건 생략하고..
MBTI 성격 유형 중
여자 중에서는 가장 보기 힘들다는 INTJ
내 경우 I와 E가 중간 지점에 있는데,
태생은 I로 직업을 바꾸면서
먹고살려다 보니 E가 개발된 케이스다.

인터넷에 떠도는 설명은 대략 이렇다.

-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남
(가끔 현실 감각이 없다는 말 들음)

-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함
(유럽에서 태어났으면 잘 살았을 거라 함)

- 쓸데없는 잡담 싫어함
(몇 달 만에 연락해도 늘 한결같은 사람만 주변에 남음)

- 남들이 칭찬을 해도 납득할 수 없다면 불인정
(그냥 감사하다고 하면 될 것을)

- 혼자서도 바쁘게 잘 지냄
(생각보다 혼자 하고 놀 거 정말 많음)

- 인간관계에 있어서 아니다 싶으면 칼같이 자름
(애초 인간관계에 큰 미련이 없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하지)

- 뭔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 열정 있는 사람 좋아함
(이런 사람 보면 엔돌핀이 솟고 너무 좋음)

- 돌직구로 말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상처받을 수 있음
(친구들은 위로보다 조언이 필요할 때 날 찾음)

- 사람을 신뢰하고 믿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림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닌데 나만의 바운더리 구역이 있긴 함)

- 무엇이든 깊이 관찰하여 분석
(사람에 있어서도 인티제가 무관심한
이미지라 안 그러는척할 뿐
파기 시작하면 그 누구보다 잘 팜)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지극히 개인적인 INTJ의 인생사를
짤막하게 끄적여본다.

1.초딩 시절
동생 손을 붙잡고 동네 큰 서점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책을 읽다 집에 오곤 했다.
(독서는 지금도 굉장히 좋아함)

2.중딩 시절
나는 여중을 다녔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에는 관심도 없었으며
누굴 험담하다 아무렇지 않게
또 베프마냥 또 잘 노는 친구들을 보며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이때 여초 사회의 특성에 대해 깨우쳤으며
고등학교만은 남녀공학을 가자고 결심했으나
또다시 여고를 가게 됨

3.고딩 시절
여중에 이어 다시 이어지는 연예인 이야기와
남선생님 짝사랑 이야기, 그리고 친구 뒷담화
당연히 학교 생활이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INTJ의 특성 중에 하나가 옳지 않은 것이라면
상대방의 지위 따윈 안중에도 없는 것인데,
한 선생님과 어떤 주제로 논쟁을 펼치다 싸움;;

그 후 난 누가 봐도 여기선 망한 학생이고,
대학은 가야겠고 내신 등급을 위해 전학을 결심함.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혼자 스스로 결정을 했던 걸 보면
mbti가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그 특성은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친구들은 어떻게 자기들을 내버려두고
쿨하게 전학을 갈 수 있냐며 쇼킹해했지만
얘들아 난 내신 등급 올려야 했다구!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이왕이면 남녀공학으로 전학을 갔다.
의도한 게 아닌데 남학생들하고 절친이 되며
(그들은 날 이성으로 보지 않았음)
pc방과 오락실을 다니다
즐거운 고교생활을 마무리함.

아마도 intj가 여성한테는 보기 극히 드문 성격이라
여초 문화에 유난히 적응하기 힘들었던 거 같다.

4.대딩 시절
어쩌다 보니 전공 대표를 맡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CC도 해보고,
중고딩 때와는 달리 교수님들에게 예쁨도 받았다.
디자인과라 그런지 자기애가 강한 교수님들이
나를 참 좋아했던 거 같다ㅋㅋㅋ

5. 사회생활
전공을 살려 UXUI디자인 분야로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IT업계의 특성상 남이 뭘 하든말든
자기 일 잘하면 터치도 없고
각자의 개성이나 취향을 존중해 주며
대부분 오지랖도 없어서
일에만 집중하며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함
(사회생활 5년 차쯤 되니 많이 사회화가 되어
페르소나라는 게 생기게 됨)
참고로 신입 시절 나를 뽑은 사람들 말에 의하면
내가 특이해서 채용했다고 했다.ㅋㅋㅋ

6. 연애사
INTJ는 꾸미는 것도 관심 없고
옷도 못 입어 이성에게 인기가 없다는데
성격과 달리 겉으로 풍기는 첫인상은
천생 여자가 따로 없어서 다가오는 이성이 많았다.
이미지만 보고 접근해 온 남성들은
연애도중 넌 여자애가 이런 것도 안 갖고 다니냐?
혹은 남자가 잘못했어도 못 이긴 척 한 번은 져주지..
한 번을 안 져주네
(논리적으로 잘못한 게 없으면 절대 불인정-_-;;)

대한민국 남자들의 흔한 여성상을
바라는 남자와의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고
항상 일 때문에 바쁘거나 똑같이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남자와는
오랜 연애를 했다.
(너는 너 나는 나가 아닌,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 준다는 의미)


7. 인생의 전환점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은 누군가의 남편이 되고 싶을 때
난 사장님이 되고 싶어 직장에 사표를 내던졌다.
사장이 되어 쉬는 날도 없이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런데.. 개개인의 능력은 모두 다르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모든것을 혼자 해내려고 하다 보니
결국 너무 지쳤다.

mbti가 좀 더 일찍 알려졌다면 달라졌을까?
인티제는 혼자 하는 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냈던것이다.

지금은 폐업하고 다시
월급 노예로 되돌아왔지만 후회는 없다.

내가 내 자신을 잘 알기에
언젠가 한 번 저지를 일이란 걸 알았다.
직장 다닐 때는 몰랐던 넓은 세상과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결혼을 절대 하지 말자는 주의는 아니지만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건 누구나 해당되는 듯?)
어느 한쪽만 희생하는것이 아닌
서로 배려하며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내 스스로도 능력이 갖춰졌을 때
결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그리고.. 지금
난 또다시 꿈을 꾸며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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